체리 키캡을 통해 살펴본 키보드 문자 인쇄 방식
체리 키캡을 통해 살펴본 키보드 문자 인쇄 방식

최근 개조의 열풍과 함께 스위치와 축의 색깔을 넘어서서, 캐비닛(하우징)이나 키캡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키보드에 대해선 확실히 밝혀지지 않거나 명확한 결론을 내기 힘들어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도록 만드는 요소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키보딩을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KBDMania.net 분당 소모임에서도 잠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만, 관련 키보드를 입수 확인했으므로 관련된 내용을 써볼까 합니다.

보유중인 독어배열 체리키보드의 영문배열개조를 위해 영문 멤브레인 키보드를 구하던 중 NCR의 체리 OEM 키보드인 G81-3007SAU라는 모델을 알게 되었고, S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란 궁금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체리의 아티클 넘버에서 숫자이후의 알파벳 첫글자가 키캡의 인쇄 방식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지금까지 많은 키보드들의 예를 통해 H는 이색사출성형, L은 레이져각인, P는 실크인쇄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S는 흔하지 않아 알려져있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US 배열의 키캡이 필요했고, 넌클릭 키보드엔 키캡의 재질과 두께만 좋다면 이색사출이 아니라도 훌륭한 키감을 제공한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갖고 있었으므로 모험(?)을 해보기로 하고 S로 시작하는 모델을 구입했습니다.

Cherry G81-3231SPU



입수한 모델은 G81-3231SPU란 모델로 Intergraph사에 납품된(NCR이나 Compaq처럼 본체 자체에 회사의 로고를 넣어 제작한 것이 아닌 오리지널 제품에 박스Label만 붙여 공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체리 멤브레인 키보드입니다. 최근(2005년 10월 현재)에 이베이에 다수 출품되고 있습니다. 시리얼 넘버에서 알수 있듯이 94년도 제 4주차(G04)제조이고 독일산입니다. 그럼 기존의 다른 인쇄방식들과 비교를 해보며 키보드 관련 지식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 문자의 인쇄방식에 대해 잠시 써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색사출성형 방식 (Two-Shot Injection Molded)

G80-3000HFD의 이색사출성형 키캡


두가지 이상의 색 또는 재질의 플라스틱을 순차적(sequentially)으로 몰딩하는 방법입니다. 기본 키캡의 문자부분을 비워두고 성형한 후 그 부분에 다른 색의 플라스틱이 채워지므로 문자의 테두리등이 매우 깨끗하게 처리되고 문자가 지워질 염려 또한 절대 없습니다. 매우 고품질이지만 제조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한자등 세밀한 부분의 표현이 힘들다는 점, 사용하면서 번들거려지기 쉽다는 단점등이 있습니다. 깔끔한 인쇄품질과 키감의 향상등 고급품으로 많은 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키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같이 문자의 경계면이 매우 깨끗하며 인쇄 품질 또한 대단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체리의 모델 명명법에선 H가 사용되는데, 이색사출성형은 영문으로 Two-Shot Injection Molded, Co-Injection Molded 이외에도 Hard-Soft Combinations 라고도 불리우는데(몰딩관련 전문가는 아니므로 자세한 차이같은 것에 대해서는 지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 아마도 Hard-Soft Combinations에서 비롯된 표기방법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이는 체리의 공식문서나 답변에 의한 정보가 아닌 개인적인 추측일 뿐 확실한 정보는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2. 레이져 각인 방식 (Laser Engraved)

G80-11801LPAUS의 두꺼운 레이져각인 키캡


키캡표면을 레이져로 탄화시켜 문자를 각인하는 방식으로, 인쇄방식중 가장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한 방식입니다. 역시 문자가 지워질 염려가 거의 없고 비용이 적게 들며 환경보호의 측면에서도 좋기 때문에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입니다. 일정한 파장을 갖는 레이져가 궤적을 그리며 표면을 태우듯이 각인하므로 자세히 살펴보면 레이져가 지나간 길이 점선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인쇄 품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의 잉크에 비해 문자가 또렷하지 못한 점, 다양한 색깔은 인쇄할 수 없다는 점등의 단점이 있습니다. 과거엔 흰색계통의 키캡에 검은색(짙은 회색)계통의 인쇄만이 가능했으나 점점 발전하여 현재는 검은색의 키캡에도 흰색에 가까운 회색등으로 인쇄가 되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레이져가 지나간 궤적이 보입니다.
체리 모델 명명법에선 L이 사용되는데, Laser Engraved 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실크스크린 또는 패드 인쇄 방식 (Silk-Screen or Pad Printed)

G84-4100PAU의 프린트 키캡(역시 문자가 지워지고 있다.)


실크 스크린 인쇄 또는 패드 인쇄 방식은 키캡위에 실크스크린이나 패드로 문자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저비용, 제작의 용이성, 다양한 색깔 사용가능 및 초기 인쇄품질의 깔끔함등의 이유로 매우 널리 사용되어져 왔으나, 잉크와 키캡의 점착성이 떨어지므로 문자가 쉽게 지워진다는 치명적인 단점과(오버코팅등의 보완등도 있었습니다.) 인쇄후 잉크등 잔여물에 의한 산업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로 점차 다른 방법으로 대체되고 있는 인쇄방식입니다. 실크스크린은 실크 망사에 잉크를 투과시켜 원하는 문자를 인쇄하는 방식이고, 패드인쇄는 실리콘 고무재질의 Transfer Pad에 잉크를 묻혀 찍어내는 방식으로 두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특징 및 결과물은 대동소이하므로 키보드에서는 그냥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사진을 보면 역시 문자가 지워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체리 모델 명명법에선 P가 사용되는데, Pad Printed 혹은 Silk-Screen Printed등의 Printed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방식이 ML 스위치 사용의 로우프로파일 제품에서 많이 보이는 것도 얇고 낮은 키캡에의 인쇄의 용이함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최근엔 레이져 각인 인쇄의 발전으로 ML모델 역시 레이져 각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승화인쇄 방식 (Sublimation Printed)

G81-3231SPU의 승화인쇄 키캡


키캡에 승화성 염료로 직접 문자를 찍거나 문자를 인쇄한 전사지를 이용하여 고온고압으로 승화시키며 키캡에 염료가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침투, 혹은 함침인쇄라고도 불립니다. 이색사출이나 실크인쇄만큼 문자의 테두리가 또렷하진 못하지만(품질에 따라 매우 또렷하고 훌륭한 문자가 인쇄된 제품도 있습니다.) 진하며 지워질 염려가 거의 없고 다양한 색을 사용할 수 있으며, 고온압을 견디는 고급재질의 플라스틱이 사용되어 훌륭한 키감을 제공하므로 빈티지 명품 키보드들엔 이 키캡을 채용한 것이 많은, 매우 고품질의 인쇄방식입니다. 역시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산업폐기물에 의한 환경문제로 인해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리얼포스등의 최고급 키보드에서나 이 인쇄 방식을 볼 수 있습니다.
체리 모델 명명법에선 S가 사용되는 것 같고, 승화를 의미하는 Sublimatio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가 되는 NCR의 키보드(후기로 보이는 러버돔채용의 G83-3077SBU에는 붉은색이 도는 염료가 쓰인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나 인터그래프에 납품된 이 모델이 90년대 초중반에 생산된 것들이므로, 체리에서는 아마도 생산하다가 환경문제 및 비용절감등의 이유로 일찍 생산을 중단해버리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아래 사진은 승화인쇄 키캡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IBM Model M의 키캡입니다. 체리와 좋은 비교가 될 것입니다.

IBM Model M의 승화인쇄 키캡



체리 승화인쇄 키캡에 대한 간단한 소감

좌측부터 이색사출/승화인쇄/레이져각인의 체리 키캡들(상부,하부)


육안으로 보기에 표면에 요철은 있지만 이색사출이나 레이져키캡과 다르게 거칠지 않고 더 매끄러운 느낌이 들어 촉감에서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표면촉감이외의 키감에서는 두꺼운 레이져 키캡과 대동소이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클릭에 적용했을 때 레이져키캡처럼 이색사출보다 확실히 줄어든 클릭음을 내주지만, 넌클릭에선 역시 두껍고 훌륭한 재질의 영향인지 경박하지 않고 단정한 매우 뛰어난 키감을 선사했습니다. 키캡에 따른 키감에 대해서는 좀 더 오랜, 그리고 많은 분들의 다양한 테스트가 필요할 것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타이핑 해보는 것이겠죠. 개개인이 느끼는 키감과 선호도는 다르니까요. 개인적으로 현재까지는 넌클릭엔 굳이 이색사출이 아니더라도 두껍고 좋은 재질이라면 훌륭한 키감을 준다는 면에서 레이져각인이나 승화인쇄도 훌륭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생각되며 레이져각인보다 진해서 외관으로도 보기 좋은 승화인쇄 키캡은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키감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또 정리하도록 하겠구요. 이상 체리의 키캡을 통해 키보드의 문자인쇄방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키캡 문자 인쇄에 관한 참고 페이지
Qwerters Clinic : 기술정보
Nogujyu Keyboard Mania
Keyboards Fan (대만 사이트)
KBDMania.net : 아주 간단한 키보드 관련 용어 및 기초 지식
Fujitsu 온라인 기술정보 매거진 : 레이져 인자화 키보드

by FarSeer | 2005/11/28 18:14 | Misc. (3) | 덧글(5)
Commented by 빨간부엉이 at 2006/02/05 19:17
안녕하세요. 환진님. 전에 한번 들어와보고 주소를 잃어버려서 어떻게 다시 들어오나 고심했는데 메냐동 글 검색하다가 우기님이 올린 링크에서 다시금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대충 훓어보고 갔는데 오늘은 시간내서 꼼꼼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빨간불글을 유심히 보게 되네요. 흑축에 스프링만 청색스프링으로 교체해보고 싶은데 좀 겁이 나네요. ^^;
구형청축은 한번 쓴맛을 봐서 그런지 땡기지 않는군요. 이제 주소도 알았고 링크도 해두었으니 자주 들어오겠습니다. 조만간 또 새로운 글이 올라오길 기대해볼게요.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똥누는데12초 at 2006/02/13 19:17
키보매냐넷에서 링크타고 왔습니다. ^^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어찌보면 콜렉팅 그 자체는 쉬워도 이렇게 꼼꼼히 이미지 작업하고 올려놓는다는게 간단해 보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 귀차니즘이란... 앞으로도 키보매냐님들을 위한 좋은 페이지 계속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참, 링크해도 되죠? ㅎ
Commented by 아스테리아 at 2010/10/13 02:45
우와 키보드 프린팅에 이렇게나 관심 많은 사람이 있다는것을 처음 깨닫고 갑니다.
Commented by 골피 at 2012/12/21 22:37
잘 보고 갑니다.
고고 빈티지
Commented by 덕이 at 2014/02/04 22:14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레이저 각인 해봐야겠네요. 레이저 장비 정리하신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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